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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우주의 가속 팽창과 암흑에너지

by 이루지니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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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우주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다. 달빛은 지구까지 오는 데 2초가 걸리고, 우리가 보는 태양 빛은 8분 전의 빛이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200만 년 전의 모습이며, 어떤 빛이든 우리는 떨어진 거리만큼 그 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우주의 나이를 150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100억 광년 떨어진 외부은하를 보고 있다면 우주의 나이가 50억 년일 때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태어나고 30만 년 후에 나타났다고 알았기에 우주의 거의 끝인 149억9970만 광년에서 온 빛이다. 우주배경복사 뒤쪽은 너무나도 뜨거운 불덩어리 상태라 어떤 빛도 탈출하지 못해서 우리는 볼 수가 없다. 태양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끝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우주 전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 있던 사울 펄머터는 우주가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팽창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했다. 멀리 있는 외부은하의 시선속도를 조사해서 우주의 나이마다 얼마나 팽창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우리 은하단에 가까운 곳일수록 팽창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 예상했다. 펄머터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외부은하들의 거리를 재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거리가 시간과 같다. 펄머터는 멀리 있는 외부은하들의 거리를 초신성을 이용해 재보기로 했다. 이는 우주의 촛불이라 여기던 세페이드변광성보다 밝은 우주의 등대로 여겼다. 태양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별은 생을 마감할 때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킨다. 이 폭발로 죽음을 맞이한 별은 1000억 개의 별이 보인 은하 정도로 밝게 빛난다. 그래서 밤하늘에는 없던 별이 갑자기 생기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새로 태어났다는 뜻으로 초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초신성은 죽음을 맞이하는 별이다. 1054년 게자리에 나타난 초신성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엄청 밝아서 낮에도 보이고 그 잔해가 10광년 크기로 뻗어있다. 1세기에 1광년씩 잔해가 퍼져나갔으니 얼마나 빨리 퍼져 나가는지, 초신성의 폭발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펄머터가 우주의 등대로 정한 초신성은 1a형 초신성이다. 1a형 초신성은 별 2개가 서로 돌고 있는 쌍둥이별일 때 생긴다. 쌍둥이별 중에서도 한쪽이 백색왜성이고 다른 한쪽이 적색거성이라면 백색왜성이 앞으로 1a형 초신성이 될 확률이 높다. 태양 크기만 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면 바깥 부분은 날려 버리고 핵 부분만 지구만 한 크기로 쪼그라들어 무거운 백색왜성으로 남는다. 백색왜성은 핵융합반응을 못해도 여전히 뜨겁다. 적색거성은 노년기의 별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가스 부분을 가지고 있다. 적색거성의 부푼 대기 중 한 쪽이 늘어나서 백생왜성 주위를 돌다 백색왜성으로 떨어진다. 백색왜성은 적색거성의 대기를 빨아들이며 무거워진다. 그러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태양의 1.4배를 넘어서면 백색왜성이 갑자기 확 쪼그라들면서 엄청난 열과 에너지가 생긴다. 이 에너지로 인해 순식간에 폭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a형 초신성이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태양의 1.4배가 넘으면 스스로 중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하고, 그로 인해 원자핵과 전자가 가까워져서 중성자가 되어버린다. 태양 질량의 1.4배는 백색왜성으로 끝이 날지 중성자별이 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1a형 초신성은 폭발 당시 질량이 일정하고 폭발하는 순간의 최대 밝기도 거의 같고, 폭발 후 줄어드는 유형도 같다. 이렇듯 1a형 초신성에 대한 정보가 모두 알려져 있으니 천문학자들에게는 등대가 되었던 것이다.
사울 펄머터는 1a형 초신성을 관측하기 위해 태평양 한가운데로 향했다. 하와이섬 마우나케아산 꼭대기의 켁 망원경은 초신성과 외부은하들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마우나케아산은 높이만 4300m로 공기가 해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공기가 적다는 건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이 화산에는 붉은 흙으로 덮여 있고 그 사이에 지구에서 가장 큰 망원경들이 모여 있다. 그중 켁 천문대에 있는 켁 망원경은 지름이 10m나 되는 거대한 망원경이다. 펄머터는 이 거대한 망원경으로 1a형 초신성을 찾아 밝기 변화를 관측해 거리를 계산했다. 초신성이 포함된 외부은하의 후퇴 속도는 당시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당시 펄머터와 마찬가지로 1a형 초신성을 관측하고 있던 사람이 또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브라이언 슈미트이다. 슈미트 팀은 아주 멀리 있으며 적색 편이가 큰 1a형 초신성을 관측하였다. 적색 편이가 크다는 것은 매우 멀리 있는 천체를 말한다. 서로의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지지 않으려 더욱 연구에 매진했다. 1a형 초신성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정밀하게 분석한 두 팀은 놀라운 결과를 찾아낸다. 은하들과 암흑물질이 중력을 발휘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느려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들은 오히려 우주의 나이 50억 년 무렵부터 더 빨리 부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1998년 두 팀은 모두 우주가 더 빨리 부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우주의 가속 팽창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우주가 모두 비어버린 채 밤하늘의 별이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몰랐다. 이렇듯 우주를 더 빨리 팽창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2003년 WMAP이 우주배경복사를 더욱 정밀하게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나사의 위성으로, 2001년 태양과 지구를 잇는 선상에 있는 라그랑주 2 지점에 있는 위성이 WMAP이다. 라그랑주 2 지점에 있는 인공위성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며 태양계 바깥을 보고 있다. 이는 지구의 인공위성이자 태양의 인공행성인 셈이다. 인공위성으로 본 우주배경복사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거기에는 무수한 반점이 섞여 있었다. 빛이 자유롭게 퍼져나가던 그때부터 은하와 은하단을 만들 씨앗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 국제천문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WMAP의 정밀한 관측으로 우주배경복사가 만들어졌을 때 우주의 나이가 38만 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코비 위성은 우주의 나이를 10억 년 단위로밖에 계산할 수 없었지만, MWAP은 1억 년 단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겨우 몇 년 전에야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고 정확하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WMAP이 알아낸 사실은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 우주의 4%이고, 암흑물질이 24%이며, 나머지 72%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라는 것이다. 펄머터와 슈미트가 발견한 우주 가속 팽창의 원인을 모르는 과학자들은 나머지 72%에 관심을 두었다. 물질과 암흑물질이 은하의 형성과 관계있다면 나머지는 우주의 팽창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1931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삭제한 우주상수를 다시 끌어와 계산하니, 이 우주상수가 임계밀도의 70%에 해당하는 값을 가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것 역시 그뿐이다. 이 우주상수는 숫자일 뿐, 어떻게 우주를 밀어내고 있는지 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었다. 현재까지도 말이다. 
물질도 아니고 암흑물질도 아닌 72%에는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진공 에너지일 것이라 예상한다.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큰 에너지를 만들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공간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나타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 공간에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런 진공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모든 과학자의 목표가 되었다. 우주의 팽창이라는 문제를 풀려면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펄머터, 슈미트, 리스는 현재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암흑에너지이고, 암흑에너지는 과학자가 알아내야 할 새로운 과제라 말했다. 이제 그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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