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1980년대 칼 세이건 덕분이었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코스모스'라는 책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의 출판과 함께 천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늘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우주를 자세히 보려는 천문학자들의 욕구는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게 했고, 공기의 방해 없이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천체 사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토성이나 목성 같은 행성은 물론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성상 성운이나 안드로메다은하까지 모두 아름다운 천체 사진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천문학자들은 더욱 허블 망원경을 사용할 시간을 얻기 위해 매달렸다. 그중 두 팀이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빈 우주를 열흘 동안 바라볼 수 있도록 망원경 사용 시간을 달라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북두칠성 근처 빈 하늘을 찍겠다고 한 것인데, 나사는 과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태어난 지 30억 년쯤 되었을 때 은하들이 생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990년대에는 우주의 나이를 150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우주의 나이가 30억 년이라는 것은 지금부터 120억 년 전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로부터 12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봐야 한다는 것이 된다. 아기 은하라고 말하는 초기 은하들은 아주 먼 곳에 있다. 멀리 있다면 은하에서 오는 빛은 아주 약할 것이고, 약한 빛을 모으려면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우주의 나이가 30억 광년일 때 생긴 아기 은하들을 볼 수만 있다면, 빅뱅 이론은 더 탄탄한 증거를 갖는 셈이다. 천문학이 인기 학문이 되고 우주론은 천문학, 물리학, 공학 등 모든 학문의 집합 분야가 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사는 두 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허블 우주망원경의 사용 시간을 내주었다. 1995년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허블 망원경은 큰곰자리의 한 지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곳은 볼펜 끝으로 가려질 만큼 작은 구역이었다.
관측이 끝나고 찍힌 사진은 너무나 놀라웠다. 아주 작은 은하들이 2000여 개나 찍힌 것이다. 우주의 갓난아기 시절 사진이었다. 이토록 작은 구역에 얼핏 본 것만으로도 2000여개의 은하가 있다면, 이 우주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은하들이 있는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또한 아기 은하들의 모습은 우리은하 가까이에 있는 은하와 아주 비슷했다. 우리은하에는 새로 태어나는 별들이 많지만 새로 태어나는 은하는 없다. 은하 안의 별들은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세포와 같고 은하는 우리 몸과 같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100일 남짓의 수명으로 끊임없이 죽고 새 세포로 바뀌지만 우리 몸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다른 게 있다면 인간은 영원하지 않고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지만 은하는 우주의 역사 초기와 함께 태어나 천천히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다.
1996년에 공개된 '허블 딥 필드' 사진은 빅뱅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커다란 가스 덩어리에서 은하들이 분리된 후 거기에 별이 생겼는지, 별들이 생긴 후 그 별들이 모여 은하가 되었는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그러던 중 과학자들은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야 은하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에 대한 이야기는 1930년대부터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새로운 이론에 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허블이 윌슨살천문대에서 후커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관측하고, 다른 외부은하들도 적색 편이를 보이면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과학자들을 놀라게 할 즈음 프리츠 츠비키라는 괴짜 물리학자가 있었다. 그는 중성자로만 이루어진 중성자별을 예측했고, 발터 바데와 함께 '초신성'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1930년대 초반에는 머리털자리에 있는 외부은하단의 집단 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37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단에는 수천 개의 외부은하가 모여 있다. 츠비키는 무리 지어 있는 외부은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관측했다. 먼저 은하의 개수를 세고 평균 밀도를 곱해 은하단의 질량을 계산했다. 그리고 도플러 이론을 이용해 은하들의 운동 속도를 하나씩 측정했다. 그 결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은하들의 질량을 바탕으로 계산한 것보다 은하들이 100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속도라면 은하들은 무리 짓지 못하고 흩어져야 한다. 하지만 외부은하들은 마치 서로 고정이 된 것처럼 빨리 움직이면서도 흩어지지 않았다.
츠비키는 외부은하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는 은하단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지만 질량이 있다. 외부은하 사이에는 검은 바탕을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있고, 그 물질들은 중력의 힘으로 외부은하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별이나 성운처럼 빛을 내는 것만 볼 수 있다. 우주에는 블랙홀과 왜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도 있고, 근처에 별이 없어 빛을 반사할 수 없는 암흑성운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들이 있다. 이러한 암흑물질이 우주에 숨겨져 있다고 츠비키는 주장했다. 하지만 1930년대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안 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암흑물질에 대한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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