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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우주배경복사의 기초 이론

by 이루지니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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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에 더해 가모브와 앨퍼의 '알파-베타-감마' 논문은 움직이는 우주론에 대한 주장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아직 회의적이었다. 우주가 폭발로 생겨났고, 5분 안에 모든 물질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신문에는 비웃음이 가득한 논평이 실리고, 그들이 관측값에 끼워 맞춰 계산했다고 비난했다. 가모브와 앨퍼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원시핵이 폭발해 우주가 생겼다는 르메트르의 우주 모형에 확실한 물리적 증거가 된 건 사실이다. 
앨퍼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방법을 빨리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가모브와 베테에게 돌려진 자신이 공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헬륨 다음으로 무거운 리튬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유명한 원자핵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도 우주 초기 200초 안에 일어난 일을 계산하고 있었는데, 그 역시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부분에서 막혀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원자핵물리학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핵자 수에 관한 것이었다. 핵자 수란,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합한 것을 말하는데, 수소는 핵자가 1개에서 3개인 것까지 있다. 보통 수소는 양성자가 1개로 핵자가 1개이고, 중수소는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핵자가 2개,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에 중성자가 2개로 핵자가 3개이다. 헬륨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져 핵자가 4개다. 헬륨은 안정된 원소이고 수소처럼 중성자를 더 많이 가진 헬륨은 없다. 하지만 그다음 원소인 리튬은 양성자 3개와 중성자 3개로 핵자가 6개이다. 그리고 핵자가 5개인 원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튬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가모브와 앨퍼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비를 컴퓨터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로버트 허먼이다. 
로버트 허먼은 과학이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호기심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우주론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주 초기의 원자핵 합성에 대해 누구보다 흥미가 있었다. 앨퍼와 허먼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헬륨보다 무거운 핵을 만들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에 열중했다. 우주 초기 300초가 지나고 수소와 헬륨의 핵은 생겼지만, 아직 전자와 만나 온전한 원자를 이루지는 못했다. 온도가 너무나도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주의 시간은 30만 년이 지났다. 우리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지만 우주에서는 그저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우주의 온도는 3000K까지 떨어졌고 속도가 적당하게 떨어진 전자들은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자와 원자핵이 만나 우주는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들이 원자핵과 결합하면서 우주에 있던 입자의 수가 줄어들고 온도도 낮아지면서 원자들이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자, 빛이 곧바로 뻗어나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앨퍼와 허먼은 이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우주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기가 아닌 앞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뻗어나간 빛이 지금도 우주를 여행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에 빛의 파장 또한 고무줄이 늘어나듯 늘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허먼과 앨퍼는 오랜 계산을 한 결과, 처음 뻗어나간 그 빛은 1/1000mm 파장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온도는 3000K였고, 현재 우주의 온도는 1000분의 1로 낮아져 3K니까, 그 빛은 1000배 길어졌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맞는다면 현재 우주에는 이 밀리터리파가 골고루 퍼져 있어야 하고 우주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빅뱅 우주론의 근거인 '우주배경복사' 이론이다. 최초로 우주배경복사 이론을 발표했으니 그전에 발표한 '알파-베타-감마' 논문처럼 수소와 헬륨의 관측지를 계산에 끼워 맞춘 것이라는 비난을 하진 못할 것이다. 이제 누구든 밀리터리파인 우주배경복사를 찾아주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스승인 가모브 조차도 제자들의 논문을 옹호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새로운 이론이 나올 때마다 비판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면 우주배경복사는 15년이나 앞서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월터 애덤스와 앤드류 맥켈러가 1937년과 1942년 사이에 마이크로웨이브 수신기를 이용해 절대온도 2.3K인 복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별빛 때문에 성간분자들이 데워져서 그런 복사가 관측된 것이라 여겼다. 애덤스와 맥켈러는 이것이 우주 폭발로 인한 잔해일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먼과 앨퍼 역시 처음엔 무관심하던 과학계의 비난과 편견에 대해 싸우느라 관측 자료를 수집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보수적인 주류 과학계의 공격에 방어하느라 모든 힘을 다 써버린 가모브 팀은 더 이상 우주론에 매진하지 못하고 1953년 뿔뿔이 해체되어 버렸다. 가모브는 DNA화학 연구 분야로 진로를 바꾸었고, 앨퍼는 제너럴일레트릭의 연구원으로, 허먼은 제너럴모터스로 옮겨 도로 상황 제어를 연구했다.
가모브와 앨퍼 허먼은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를 발전시켜 '화학원소의 기원(알파-베타-감마 논문)'을 통해 우주 폭발 후 우주의 원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계산하고 우주배경복사를 예견했다. 빅뱅 우주론의 창시자가 가모브라고 나오는 것은 이 논문들 덕분이다. 하지만 르메트르와 앨퍼 허먼이 없었다면 이 논문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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