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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우주의 첫 순간, 가모브와 앨퍼

by 이루지니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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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소가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읽어버린 질량이 빛과 열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불타고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별도 태양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주는 거의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수소는 우주의 시작과 함께 생겨났을 것이다. 그 이후 수소가 뭉쳐 헬륨이 되고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한스 베테가 태양 속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 파고들면서 두 가지 과정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첫 번째는 수소와 중수소가 등장한다. 중수소는 보통 수소에 중성자 하나가 더 들어있는 무거운 수소를 말하는데, 1932년 중성자가 발견된 덕에 질량이 다른 두 종류의 수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중수소가 아닌 보통 수소와 탄소가 참여한다. 만약 태양 속에 탄소 원자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태양 내부는 너무나도 뜨겁고 압력이 높아서 탄소와 수소가 부딪쳤을 것이다. 그중에 탄소 핵에 수소 핵이 붙어 있을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탄소 핵이 불안정해지며 헬륨을 뱉어내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수소 원자핵들이 탄소에게 달려들면 탄소 원자핵은 수소 원자핵과 합쳐져서 다시 헬륨을 뱉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사이의 일들을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하지만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베테가 주장한 내용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태양의 에너지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베테는 탄소 순환 과정을 설명한 논문을 1939년에 발효했고, 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합성 과정을 밝힌 공로로 1967년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베테도 어떻게 탄소가 처음부터 태양 속에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조지 가모브는 우주에 수소와 헬륨이 왜 많은지 또한 탄소는 어떻게 생겨서 태양에 들어갔는지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은 핵물리학을 우주론에 결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모브가 프리드만에게 우주론을 배우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합을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가모브는 태양에 탄소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설명하기 위해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를 중성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시 핵으로 생각해 보았다. 1932년 중성자가 발견되면서 원자핵물리 분야에서는 중성자를 다루는 것이 뜨거운 감자였다. 그래서 중성자로 원시 원자를 채워 넣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분열을 하면 가장 안정적인 상태의 원소인 철로 채워져야 한다. 하지만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이고 철은 아주 조금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가모브는 중성자가 아닌 다른 것이 원자핵일 것이라 생각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르메트르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차가운 원시핵 대신 수소로 채워진 뜨거운 원시핵을 생각했다. 큰 원자를 쪼개서 작은 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로 채워진 원시핵이 융합을 일으켜 더 큰 원자가 되었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폭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모브가 폭발하는 원시핵을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허블이 외부은하들이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관측으로 밝혔고,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외부은하들이 한곳으로 모여들 것이다. 관측으로 알려준 수많은 은하가 태양계 크기만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온도와 밀도가 어마어마한 난장판일 것이다. 이런 핵이 존재한다면 이 원시핵은 불안한 상태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이 폭발로 수소의 일부가 헬륨으로 바뀌고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도 만들어질 수 있다. 가모브는 이렇게 우주 초기 폭발과 함께 탄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양에도 탄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 초기 뜨거운 원시핵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가모브는 이런 상태에 대해 '모든 물질이 될 수 있는 원지 물질'이라는 뜻의 옐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는 이 상태에 대한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주 초기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돌렸을 때 지금 우주에 있는 수소와 헬륨의 관측값이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가모브는 수학을 잘하지 못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사람이 랠리 앨퍼였다.
가모브의 제자가 된 앨퍼는 우주 초기의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원자핵 합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모브와 앨퍼가 우주가 생긴 지 10분 안의 일을 연구하던 와중에도 사람은 우주의 나이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도전이 오늘날의 과학을 만든 것이다. 앨퍼가 해야 할 계산은 너무도 복잡했다. 우선 처음 우주의 상태는 온도와 밀도가 너무 높아 양성자와 중성자가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고 서로 부딪치지만 결합은 할 수 없다. 그러기엔 온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주가 팽창하면 서로 간격이 넓어져 부딪칠 기회가 없어서 온도가 낮아진다. 그러니 적당한 온도가 있어야 한다. 또한 중성자는 아주 불안한 입자라서 10분이 지나면 중성자 중 절반이 양성자로 변해버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성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중성자가 사라지면 헬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전에 헬륨과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앨퍼와 가모브는 각 입자의 충돌 단면적에 대한 계산까지 추가했다. 이 모든 조건을 생각해 계산해야 하는 앨퍼는 이 작업을 3년이나 했다. 그 결과 앨퍼는 우주의 원시 수소가 폭발한 뒤 300초 안에 수소 원자핵 10개당 1개의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졌다는 계산을 했다. 즉 5분 만에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의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계산한 수소와 헬륨의 양은 관측값과 맞아떨어졌다. 그들의 연구는 1948년 '화학 원소의 기원'이라는 제목으로 물리학 리뷰에 실렸다. 논문이 나온 뒤 여러 과학자가 더 정밀하게 계산하여 시간은 3분으로 줄었고, 훗날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한 공으로 노벨상을 받은 스티븐 와인버그는 그의 저서에 '처음 3분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논문은 가모브에 의해 '알파-베타-감마 논문'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알파는 앨퍼, 감마는 가모브 그리고 베타는 한스 베테였다. 베테는 태양의 수소 핵융합 과정을 밝혀냈지만, 이 논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그저 재미를 위한 가모브의 제의에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이다. 가모브와 베테는 유명한 과학자이기에 논문의 성과에 대한 공은 그들에게 돌아갔으며, 앨퍼는 연구 과정 중 병까지 얻었지만 대학원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서 빨리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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