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지 5천 년이 지났지만, 우주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행성이나 혜성 같은 천체에 적용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는 시간에 따라 부풀거나 쪼그라든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우주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우주가 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우주의 크기도 알 수 없었거니와 우리 은하 외에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은하 간의 사이가 엄청 크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 우주상수라는 항을 추가했다. 우주상수는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밀어내는 반중력으로, 이 상수를 잘 결정하면 이 우주가 중력 때문에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가 부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팽창하는 우주 모형을 들고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러시아 수학자인 알렉산드로 프리드만이다. 아인슈타인이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무렵 러시아는 서구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그리하여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도 모르고 있었다. 과학계의 최신 흐름에서 떨어져 있던 프리드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독창적인 우주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우주상수를 0으로 놓자, 우주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었다. 그러자 우주에서 중요한 개념은 시간이었다. 우주가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은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프리드만은 현재보다는 과거에 관심을 두고 현재 우주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래전 이미 팽창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별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팽창 운동량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만유인력으로 우주가 작아지는 것을 막고 있고, 그 팽창 운동량과 만유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우주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따라 급변하는 프리드만의 우주 모형은 1922년 물리학 잡지에 실렸다. 아주 획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신기하리만치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오랜 전쟁에 지친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만의 논문을 무시했고, 틀린 계산이라 말했다. 훗날 아인슈타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프리드만의 계산이 맞는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으로 인해 이미 신뢰가 떨어진 프리드만은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논문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열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이후 1927년 과학자이자 신부인 조르주 르메트르는 우주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벨기에 학술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고, 읽는 사람조차 너무 적었다. 아인슈타인을 만나 자신의 논문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는 프리드만에게 한 것처럼 르메트르 역시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1929년 마침내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뒤집어버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바로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에 의해서 말이다. 허블의 논문에서는 어떤 은하가 다른 은하보다 2배 멀리 있다면 멀어지는 속도도 2배 빠르고, 3배 멀리 있는 외부은하는 멀어지는 속도도 3배 빠르다고 했다. 외부은하의 거리와 멀어지는 속도에 대한 관계식을 허블의 법칙이라 명명하고, 직선 방성식에서 이 직선의 기울기는 허블 상수라고 부른다. 허블은 외부은하들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그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은하 외에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던 시기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후 2년 동안 허블은 외부은하의 시선속도를 관측해 허블의 법칙을 보완했다. 1931년 논문에서 발표한 허블 상수는 558km/초/Mpc이다. 1Mpc는 300만 광년으로 외부은하들이 300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속 558킬로미터씩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허블 상수는 지금까지 수정을 거듭해 현재 70km/초/Mpc이다. 그리고 허블의 초청으로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은 허블의 관측 기록을 받아들이며 우주상수를 방정식에서 철회했다.
외부은하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측으로 증명되었음에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주의 팽창은 머나먼 옛날 우주의 시작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은 창조와 연결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팽창하는 우주 그리고 우주의 창조를 거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로 인해 점점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팽창을 하려면 반대로 시작이 있어야 했다. 시간을 되돌려 먼 과거로 돌아간다면 은하들은 서로 가까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결국 외부은하들은 좁은 공간에 모여 있을 것이고, 그것이 우주의 시작점일 것이다. 르메트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압축된 양자 하나에서부터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최초의 양자를 '원시 원자'라고 불렀다. 크기는 태양계 정도이고,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시 원자의 평형 상태가 무너지며 방사성원소가 분열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물질이 늘어나며 공간도 커져서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원시 원자의 평형이 무너진 순간이 우주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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