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배경복사, 우주 초기의 빛을 찾은 사람은 벨연구소 연구원인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다. 이들은 전파천문학으로 빅뱅우주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를 찾아내게 된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벨연구소의 안테나로 기본적인 통신 잡음을 없애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나올 수 있다. 도시에서 나오는 잡음이나 천둥, 번개도 전파잡음이다. 라디오를 들을 때 들리는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잡음이다. 방송국과 라디오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잡음은 크게 들리기도 하고 적게 들리기도 한다. 거리가 멀수록 잡음은 더 크게 들린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오는 신호는 어떨까. 우주에서 오는 신호는 매우 미약하기에 잡음이 크면 그 속에 묻혀 전혀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잡음을 파악하는 것이 전파천문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전파은하가 발견되지 않은 곳으로 전파망원경의 방향을 돌렸다. 그리곤 너무 많은 잡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전파망원경이 하늘의 어디를 향해도 잡음이 거의 똑같이 나온다는 것에 더 놀라게 된다. 아주 큰 도시가 있는 곳이나 낮이나 밤이나 변함없이 같았다. 그들은 장비들이 내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전선을 테이프로 감싸고 전파망원경에 둥지를 튼 비둘기도 쫓아냈지만 관측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1년 동안 망원경을 닦아내고 점검하며 관측을 이어갔다. 잡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 노력을 쏟았지만 어디서든 똑같이 나오는 잡음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1963년 펜지어스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천문학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버나드 버크를 만나 절대 지울 수 없는 잡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몇 달 후 버크에게 연락이 왔는데, 프리스턴대학의 천문학자들이 몇 밀리미터 파장을 지닌 우주배경복사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오고 있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버크가 말한 학자는 로버트 디키와 제임스 피블스였다. 이들은 1948년 우주배경복사를 예견한 앨퍼와 허먼의 논문과는 별개로 빅뱅우주론을 연구해 우주배경복사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1948년 가모브의 제자인 앨퍼와 허먼은 빅뱅우주론의 탄소 합성 과정을 밝히려다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우주가 생긴 지 30만 년경 우주의 온도는 3000K 정도 되었을 것이고, 이때 빛은 플라즈마 상태에서 벗어나 온 우주로 퍼져나갔고 공간의 팽창과 함께 늘어나 오늘날 밀리미터 파장의 빛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고, 아무도 우주배경복사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15년이 흐른 뒤 앨퍼와 허먼은 사람들에게서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를 찾았고, 디키와 피블스는 이론적으로 우주배경복사를 계산하고 난 후 그것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버크는 디키와 피블스에게 펜지어스와 윌슨이 벌써 우주배경복사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프린스턴에 관측팀을 꾸려 우주배경복사를 찾으려 했기에 실망했다. 이론적으로 확실한 내용이었기에 그들은 펜지어스를 찾아가 그들의 관측 과정과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그 잡음이 우주 초기에 생긴 우주배경복사가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1년 동안 찾으려고 했던 전파잡음이 137억년 전 우주 최초의 '빛 화석'이었던 것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자신들이 찾은 것이 우주론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1965년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 전 지역에서 2.7K에 해당하는 밀리미터파를 발견했다고 천문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리고 디키와 피블스는 빅뱅우주론을 연구하는 과정에 우주배경복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예상한 이론을 실었다. 따로 연구한 결과였지만 이런 관측이 어우러져 완벽한 결과였다. 이로써 빅뱅우주론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게 되었다.
우주배경복사를 찾았다는 소식에 쓴웃음을 짓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가모브와 앨퍼와 허먼이었다. 앨퍼와 허먼이 우주배경복사를 예견할 때 지도 교수였던 가모브조차도 그들의 연구 결과를 동의해 주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자기 연구팀이 가장 먼저 예측했다고 말해봤자 소용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펜지어스는 가모브에서 편지를 보내 자세한 경위를 알려달라고 부탁했고, 엄청난 업적을 이룬 전파망원경 견학 프로그램에 가모브를 초대했다. 이마저도 앨퍼와 허먼은 초대받지 못했다.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 앨퍼와 허먼은 '빅뱅 창세기'라는 연구 보고서를 펴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상세히 밝혔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이 15년 전에 우주배경복사를 예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197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명단에는 펜지어스와 윌슨만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을 밝히며 앨퍼와 허먼의 공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앨퍼와 허먼은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주배경복사가 있다는 것은 우주 초기에 수소와 헬륨 원자핵이 전자와 만났다는 것이고, 빅뱅주우론이 이론과 관측에서 정상우주론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매 순간 부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변화무쌍한 우주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극소수의 천문학자 외에 많은 사람들은 우주론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자들은 또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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