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에서는 다양한 소립자를 발견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었다. 1964년 겔만과 츠바이크는 양성자나 중성자를 이루는 더 작은 입자가 있을 것이라고 각자 주장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물질을 우리는 기본 입자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실험으로 증명될 때까지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다 1968년 스탠퍼드 선형 입자가속기에서 이들이 주장하는 입자가 발견되었다. 중성자가 쪼개진 것이다. 이 입자를 쿼크라 불렀고, 이때 발견된 것은 업 쿼크와 다운 쿼크다. 겔만은 쿼크는 반드시 대칭을 이루는 쿼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 쿼크와 다운 쿼크가 대칭 관계에 있으니 처음 보는 쿼크를 찾게 된다면 반드시 그와 대칭을 이루는 쿼크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물리학자들은 쿼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74년에는 참 쿼크와 스트레인지 쿼크가, 1977년에는 보텀 쿼크가 발견되었다. 보텀 쿼크와 대칭을 이루는 쿼크가 있다고 믿고 찾은 결과 1995년에 팀 쿼크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물질의 가장 기본단위인 쿼크 6개를 모두 찾을 수 있었다.
쿼크들은 혼자 다니는 법이 없다. 반드시 둘이나 셋씩 짝을 이루는데, 둘이 짝을 지으면 메존, 셋이 짝을 이루면 바리온이라 한다. 양성자의 경우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로 이루어진 바리온이고, 중성자는 업 쿼크 1개와 다운 쿼크 2개로 이루어진 바리온이다. 이처럼 혼자 다니지 않는 쿼크이기에 그만큼 만나기가 어렵다. 오늘날 쿼크를 보려면 입자가속기에 고압 전기를 걸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쿼크는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에 물리학자가 아니면 알아볼 수가 없다. 쿼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중의 기본 입자다. 쿼크들은 글루온이라는 입자로 강하게 결합하여 양성자나 중성자를 만난다. 물리학자들은 쿼크들을 붙인다는 뜻에서 '글루' 즉, 풀을 뜻하는 이름 붙였다. 글루온은 우주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 가운데 하나인 강력을 뜻한다. 우주에는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 등 네 가지 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력은 원자핵과 같은 아주 좁은 범위에서는 대단히 강력하지만 원자핵만 벗어나면 급격히 약해진다. 반면, 중력은 원자핵 수준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만 질량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힘을 발휘하고 드넓은 범위까지 세력을 넓힌다. 우주라는 어마어마한 공간을 놓고 보면 강력보다 중력이 지배적이다.
과학자들은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찾고 있었다. 중력만큼 넓은 지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전자기력은 광자가 에너지를 전달하고, 방사성붕괴와 관련 있는 악력은 세 가지 전달자가 발견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을 방정식 하나로 묶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그러다 1967년 살람과 와인버그가 전자기력과 약력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같은 힘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여기에 강력까지 포함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을 하나로 합치는 이론이 거의 완성되어 '표준모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표준모형은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결정해야 할 상수가 19개나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자연을 지배하는 법칙은 아주 간단한 모양의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어떻게든 방정식을 간단히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표준모형에 있는 애매한 부분들을 지워버리고 '대통일이론'을 만들었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하나로 묶은 대통일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 진실을 말하는 것을 찾으려면 실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건 이 세 가지 힘이 매우 높은 온도에서는 모두 같은 힘이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역사 초기에 우주가 한 점에 모여 있을 때는 엄청난 고온이었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자 세 힘을 각자의 모습으로 풀렸다. 대통일이론은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제 모습을 갖출 때 세 가지 일이 벌어진다고 예언했다.
첫 번째 예언은 양성자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소의 기본단위이자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기본인 양성자도 10³²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우주의 나이가 겨우 10¹⁰년 정도라서 아직 양성자가 남아있지만, 언젠가는 양성자가 사라지고 이 우주에는 물질이 남지 않게 된다. 르메트르가 우주의 시작을 '어제가 없는 오늘'이라고 말했듯 우주는 무에서 시작해 무로 돌아간다. 198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이 예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를 냈다. 양성자가 하나가 사라지기를 기다릴 수 없으니, 양성자 10³²개를 모아 놓으면 그중 하나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으로 불가능한 일을 수로 가능하게 하는 것, 바로 확률이다. 우선 6층 건물 크기의 거대한 원통형 물통을 300톤의 물로 채우고 물 분자를 우리는 산소, 수소, 원자핵, 그중에서도 원자핵 속의 양성자가 하나라도 사라지는지 관찰했는데, 30년이 넘도록 아직 양성자가 사라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두 번째 예언은 중성자가 양성자와 붕괴할 때 생기는 소립자인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트리노는 중성이며 충돌단면이 너무 작아서 거의 반응이 없이 모든 물질을 뚫고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뉴트리노가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간다. 대통일 이론의 마지막 세 번째 예언은 자기홀극이라는 소립자가 잔뜩 생겨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홀극이란 극이 하나만 있는 자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자석을 N과 S극, 두 극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자석을 자른다고 해도 반대 극이 살아나 다시 두 극을 가진 자석이 된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초기에 생긴 자기홀극이 엄청 많아야 한다고 계산했다. 그리고 자기홀극은 박테리아만큼 크기 때문에 못 찾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기홀극은 발견되지 않았다. 빅뱅우주론이 우주의 초기 상태를 제대로 설명한다면 대통일이론이 계산한 자기홀극을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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