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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정상우주론자가 찾은 빅뱅우주론의 증거

by 이루지니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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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의 말대로 라일이 찾은 시그너스 A가 우리은하 밖에 있는 외부 은하이며 가시광선은 적게 내고 전파를 많이 내는 전파은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골드에게 졌다고 생각한 라일은 골드가 주장하는 정상우주론을 무너뜨리고 빅뱅우주론자들을 돕는 관측을 하기로 결심했다. 본인 역시 정상우주론자임에도 말이다. 과학자들의 경쟁으로 인해 과학이 발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이러한 라일의 행동 역시 비생산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빅뱅우주론과 정상우주론은 서로 은하를 다르게 보았다. 빅뱅우주론은 우주의 역사 초기에 은하들이 생겼다고 여긴다. 우주 초기에 생긴 은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 팽창에 따라 우주의 끝으로 밀려난다.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오는 빛은 멀리 있는 것이고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주의 끝에서 발견된 은하들은 우주의 초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은하 근처에서는 초기 은하들이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은하와 같이 나이 들고 우리은하와 가까우면 그만큼 가까운 과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우주론은 외부은하를 이렇게 보지 않는다. 
정상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하고 그 빈 곳에 물질이 생겨나기에 초기 은하, 즉 어린 은하를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전파은하는 이런 어린 은하라고 생각했다. 라일은 이러한 정상우주론에 반해 우리은하 근처에서는 절대 어린 은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했다. 더 많은 전파은하를 찾아 그것들이 아주 먼 곳에만 있다는 증거를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전파은하가 여기저기 섞여 있는 것이 아닌 아주 먼 곳에만 있다면 빅뱅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골드에게 복수할 마음으로 라일은 케임브리지 탐사 프로젝트, 즉 2C, 3C, 4C로 알려진 관측에 몰두했다. 1961년까지 전파은하 5000개를 관측한 라일은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전파은하 대부분이 아주 먼 곳에서만 발견된 것이다. 이 어린 은하들은 우리은하와 같은 나이가 많은 은하들 곁에서 더욱 멀어져 있었다. 만족할 결과를 얻는 라일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라일이 정상우주론자가 아닌 빅뱅우주론자들의 손을 들어 주고 있을 때, 마르텐 슈미트는 미국 팔로마산천문대에서 지름 5m 망원경으로 3C 목록에 있는 273번째 전파원을 조사하고 있었다. 3C273으로 알려진 이 전파원이 아주 강한 전파를 내고 있어서 우리은하 안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별일 것이라 생각했다. 슈미트는 이 전파원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분광사진을 찍었다. 당시 분광사진을 통해 별의 성분 원소를 찾는 연구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사진만 잘 찍으면 별의 성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3C273은 분광사진을 분석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 알고 있던 어떤 원소도 분광사진의 줄무늬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천체에서 온 스펙트럼선들이 강한 도플러 이동을 하고 있었다. 광속 16%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스펙트럼선이 붉은색 쪽으로 엄청나게 많이 옮겨져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본 적 없는 도플러 이동이었다. 이 천체가 우리은하에 있다면 이런 속도를 가질 수가 없다. 이만큼 빨리 멀어지려면 그만큼 멀리 있는 천체여야만 했다. 
이 빛은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온 것이었고, 3C273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의 밝기보다 100배나 밝았다. 이런 천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었다. 우리은하에 속한 것이라 여겼던 3C273은 그 어떤 은하보다 멀리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천체를 퀘이사라 이름 붙였다. 슈미트는 무서운 속도로 멀어지는 3C372에 대한 논문을 1963년에 발표했다. 퀘이사가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빛이 100억 광년을 달려 우리에게 도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퀘이사는 100억 년 전에 생긴 천체이며, 우주 역사 초기에 생긴 천체라는 뜻이다. 은하보다 100배 밝은 이 천체는 빅뱅 이후 생겨 은하로 진화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은하 가까이에서는 퀘이사를 볼 수 없다. 퀘이사의 발견은 빅뱅우주론자들에게 환영받았다. 정상우주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디에서나 똑같은 우주의 모습이라면 퀘이사는 우리은하 주변에서도 발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하 근처에서는 퀘이사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라일이 골드에게 진 것에 화가 나서 빅뱅우주론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자 했던 계획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1961년 벨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펜지어스는 잃어버린 통신위성을 찾는 일을 하고 있었다. 델스타라는 통신위성이었는데, 전파천문학을 전공한 펜지어스는 이 일이 천문학자들이 하늘에서 전파은하를 찾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전파은하도 전파를 내고 있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잃어버린 통신 위성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라 여긴 것이다. 그 결과 델스타를 찾아냈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1963년, 로버트 윌슨이라는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우주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펜지어스는 윌슨을 통해 우주론을 접하게 되었다. 윌슨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정상우주론자인 호일의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 벨연구소에는 전파 안테나가 있었는데, 원래는 통신위성의 신호를 잡는 것이었지만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폐기하게 되면서 이 안테나는 전파천문학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안테나가 윌슨을 벨연구소로 이끌게 한 것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전파 안테나를 통해 기본적인 잡음을 없애는 것이었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지만 전파는 어디에서든 나온다. 번개나 천둥,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 잡음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전파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우연히 빅뱅우주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가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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