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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인플레이션 이론과 만난 빅뱅우주론

by 이루지니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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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동안 군수품을 수출해 큰 이득을 보았다. 경제 부흥기에 들어서며 물자가 풍족해졌고, 세계 곳곳의 과학자, 예술가, 사업가가 미국에 진출했다. 살기가 좋아지면서 아이들도 많이 태어났다. 부모들의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배경으로 어렵지 않게 살게 되었고, 또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1945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 과학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대학 졸업자들도 많아지고 박사 학위가 있어도 대학교수나 연구소의 정직원으로 취직할 수 없는 힘든 과학자 세대들이었다. 그런 과학자 중 하나였던 구스와 타이는 우주의 역사 초기에 있었던 일에 관해 토론했다. 그러다 우주 초기에 있었던 폭발이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허블이 외부은하가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으로 증명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우주가 폭발 이후 줄곤 같은 비율로 팽창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우주 나이를 계산했다. 그러면 세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 번째는 우주의 지평선 문제다. 앨퍼와 허먼이 예견하고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초기에 생겨 우주의 나이만큼 멀어져간 빛이다. 그러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에서 온 빛인 셈이다. 이 빛은 2.7K 흑체복사에 해당하는 파장을 가지고 온 사방에서 고르게 온다. 하지만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머리 쪽에서 온 우주배경복사는 137억 년이고, 발아래 쪽에서 온 우주배경복사도 137억 년 동안 온 것이다. 그럼 두 지점의 거리는 274억 광년이 된다. 우주의 나이를 150억 년 이상으로 알고 있었으니 두 지점의 거리는 300억 광년이 넘는다고 생각했다. 두 지점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달린다 해도 우주의 역사보다 2배나 긴 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지점은 우주가 생긴 이래 빛의 속도로 왕래한 적이 없다. 우주엔 그런 시간이 없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섞일 시간이 부족했는데, 우주의 모든 곳이 바탕 온도가 같고 똑같은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다. 두 지점은 50억 년 전에도 100억 년 전에도 서로 왕래할 수 없는 점이었다. 우주가 생긴 시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주의 역사 초기에는 우주의 크기가 아주 작았지만, 우주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으니 끝과 끝까지 갈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지점에서 같은 문제가 생긴다. 어떤 경우라도 빛의 속도보다 2배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런 우주의 지평 문제는 빅뱅우주론의 반대론 중 하나였다.
구스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이 부풀었다고 생각했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반론할 수 있지만, 어떤 입자가 빛보다 빠르게 달렸다기보다는 공간 자체가 빛보다 빨리 늘어났다는 말이다. 물리적으로도 틀린 개념은 아니었다. 당시 우주가 커진 비율을 보면, 볼펜으로 찍은 점 하나가 오늘날 우주의 크기만큼 부풀었다고 본다. 구스는 우주의 역사 초기에 10⁻³⁵초 동안만 빛보다 빠르게 팽창해도 빅뱅우주론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빛보다 빠르게 우주가 팽창한 시기를 인플레이션 시기라고 불렀다. 돈의 가지가 떨어져서 물건값이 치솟는 것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를 가져온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에는 허블의 법칙에 따라 우주가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구스의 이론상 빅뱅 우주 모형의 시작은 한 점이 아니라 한 점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뻥 터진 뒤부터인 셈이다. 인플레이션 우주는 우주의 지평선 문제를 해결했다. 우주는 초기에 인플레이션으로 먼저 부풀어 오른 뒤 공간이 늘어났기에 우주의 모든 지역이 같은 상태였다. 서로 왕래할 수 없는 우주의 양 끝이 사실은 처음부터 한 곳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던 때에 균일하게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주가 생긴 지 30만 년이 흐른 뒤 자유를 얻은 빛들이 오늘날 온 사방에서 똑같이 발견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는 빅뱅우주론의 또 다른 문제인 우주의 편평도 문제도 해결해 주었다. 지구는 공 모양이지만 지구가 너무 커서 우리는 둥근 땅 위에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넓은 평야가 편평해 보이는 것은 인간보다 지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려면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우주도 마찬가지인데, 우주의 모습을 알려면 멀리 떨어져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우주는 굴곡 없이 편평하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이렇게 생긴 것은 우주 역사 초기에 아주 정확하게 우주의 물질 밀도가 맞춰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주의 모습은 우주 초기 밀도가 100조분의 1자리까지 잘 맞춰진 환경이 되어야만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주가 점과 같을 때 그 점이 빛의 속도보다 빨리 팽창해 작은 공만 한 크기가 되었다. 그 결과 우주의 나이보다 몇 배나 더 오래 팽창한 듯한 효과를 가져왔고, 지구인들은 이 우주가 얼마나 큰지 모른 채로 우주가 편평하고 우주의 밀도는 지금이 딱 좋은 상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지구가 둥글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우주의 굴곡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구스의 인플레이션 우주는 빅뱅우주론이 가지고 있던 우주 지평선과 우주 편평도,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또한 자기홀극에 관해서도 설명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 이론을 넣어 다시 계산한 결과, 자기홀극은 150억 광년 크기의 우주에 하나꼴로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홀극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주는 또 다른 과학자의 영향을 받아 탄생할 수 있었다. 1964년 피터 힉스라는 물리학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힉스장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소립자가 많이 발견되던 시기 힉스는 그렇게 많은 소립자의 질량이 각각 다른 이유를 궁금해했다. 힉스는 진공이라 여기는 상태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힉스라는 입자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힉스 입자와 힉스장에 관한 이론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자기장은 빛이 중개자이고 강력은 글루온이 힘을 전달하는 매개 입자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힉스 입자같이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가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구스는 초기 우주가 힉스장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생각했다. 힉스 장의 에너지 상태가 낮아지면서 얼어붙는 과정에 엄청난 에너지가 풀려나와 작은 점이었던 우주를 빛보다 빠른 속력으로 폭발하듯 부풀렸다. 그 에너지가 빛과 물질이 마구 뒤엉킨 상태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형태를 알 수 없던 네 가지 힘 가운데 중력이 가장 먼저 제 모습을 찾아 나왔다. 1979년 구스의 논문이 발표된 후,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던 과학자들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 이론은 빅뱅우주론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폭발의 원인을 설명한 빅뱅우주론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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