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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탄소가 만들어지는 과정

by 이루지니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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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는 우주가 한순간의 폭발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빅뱅우주론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지만 비어있는 곳에 물질이 생겨나서 과거에나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정상우주론이 대립하고 있었다. 우주가 엄청나게 크고 자꾸 팽창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보다는 현실에 관심을 둘 뿐이었다. 두 우주론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모두 완벽한 관측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과 무거운 원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앨퍼와 하먼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 우주배경복사가 있을 것이라 예견하고는 천문학계를 떠났다. 아직 우주배경복사를 찾았다는 사람은 없었고, 빅뱅은 수소와 헬륨을 만드는 이론을 완성했을 뿐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지 못했다. 정상우주론자인 호일도 외부은하 사이의 빈 공간에 수소가 생기고 초기 은하가 생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누구도 초기 은하를 발견하지 못했다. 호일은 정상우주론이 빅뱅우주론을 누르기를 바랐기에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수소가 융합해 헬륨이 되는 과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중수소를 이용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탄소를 헬륨 제조 공장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우주에서 중수소가 드물게 발견되기에 별에서 탄소를 이용해 헬륨을 만드는 방법이 기본일 것이다. 하지만 헬륨 3개를 융합해 탄소를 만들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탄소는 태양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주에 있어야 한다. 빅뱅우주론자들은 빅뱅이 탄소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호일은 탄소가 빅뱅 이전에 우주 초기에 태어난 1세대 별에서 만들어진 후 별들이 죽을 때 우주로 흩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탄소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된 헬륨 3개가 만나면 탄소가 생긴다. 그러나 헬륨 3개가 1억K가 넘는 별의 속에서 동시에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헬륨 2개가 먼저 만나 베릴륨-8이 되고 헬륨을 만나는 방법이 맞을 것이다. 베릴륨은 원자가가 9인 금속으로 충격에 아주 강하다. 하지만 1억K가 넘는 별에서 만들어진 베릴륨-8은 매우 불안정한 원자핵이라 수천조 분의 1초밖에 살지 못한다. 이 시간 내에 다른 헬륨을 만나야만 탄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핵은 완전한 탄소핵보다 무거워서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난 후에야 온전한 탄소핵이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말이다. 이런 이유로 빅뱅이론의 가모브 역시 빅뱅 당시 탄소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있는 한 탄소는 존재해야 했다. 그래서 호일은 베릴륨-8이 사라지기 전에 탄소가 만들어진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이어갔다. 일단 탄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아주 뜨거운 별의 내부이다. 그렇다면 뜨겁고 압력이 높은 곳에서 태어난 탄소 원자핵은 불필요한 질량을 빛과 에너지로 바뀐 뒤에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호일은 계산을 거쳐 정확히 7.65MV를 더 가진 탄소 원자핵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런 탄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원자핵물리학자를 찾는 것이었다. 호일은 당시 최고의 원자핵물리학자인 윌리엄 파울러를 찾아갔다. 파울러는 호일의 제안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호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파울러는 탄소-12를 놓고 정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열흘쯤 뒤 정확히 7.65MV를 더 가진 탄소 원자핵을 찾고야 말았다. 호일이 생각했던 대로였다.
빅뱅과 함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이 생겼다. 빅뱅우주론은 현재 우주의 수소와 헬륨의 양을 정확히 맞추었기에 명확한 사실이다. 수소와 헬륨을 주원료로 해서 태어난 1세대 별 안에서 7.65MV를 더 가진 탄소 원자핵이 생겨났다. 우주에는 수많은 1세대 별이 존재했고, 현재 관측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1세대 별들이 죽으면서 탄소가 우주에 퍼져나갔다. 탄소를 가지고 태어난 2세대 별들은 전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 호일의 발견 덕분에 우주 진화 시나리오가 잘 풀려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호일의 정상우주론이 아닌 빅뱅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우주의 진화 시나리오는 빅뱅으로 수소와 헬륨이 생겨난 것에서 시작한다. 호일이 발견한 탄소보다 그 시작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빅뱅우주론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었지만, 호일은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그 이후 10년 동안 별 속에서 탄소를 포함한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수많은 단계에 대해 연구했다. 이 연구에는 비버지 부부와 파울러처럼 유명한 원자핵물리학자들이 참여했고, 1957년에 '별의 원소 합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저자들의 이름을 따서 'B2FH' 논문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 논문은 별이 태어나 초신성으로 일생을 마치는 과정에서 온갖 무거운 원소들이 다 만들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주는 논문이었다. 별이 있어서 우리도 있는 것이다. 파울러는 이 논문 덕분에 1983년 노벨상을 받았다. 먼저 연구를 제안하고 이끈 호일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호일은 1974년 펄서를 발견한 공로로 두 남성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을 때 정작 펄서를 발견한 여성 천문학자 조슬린 벨이 수상자 명단에 없는 것을 보고 노벨위원회에 쓴소리를 한 적이 었었는데, 이 사건 때문에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이라 사람들은 수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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